Rup.L의 글상자

'느낌을 공유하기 위한 작품으로서의 글쓰기'의 가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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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이 났다.

수첩과 블로그와 dynalist와 에버노트와 원노트와 원드라이브를 이용한 워드 파일과... 글쓰기 도구는 사용하려면 끝이 없다. 그 중에 내가 자주 사용하는 것은 옛날부터 들고 다니면서 단상을 적던 수첩 조금 길어질 것 같은 생각을 적는 블로그 책을 읽으면서 다시 읽고 싶은 구절들을 옮겨놓는 노트와 dynalist 중간에 이런저런 시도를 했던 에버노트와 원노트 이다. 이 중에서 고민을 하던 것이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경쟁이 아닌 병립이었다. 수첩은 간혹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싶어 사용하기도 하고, 키보드를 꺼내기 힘든 곳에서 얼른 생각을 적고 싶을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핸드폰으로 적어도 되지만 글이 길어지면 엄지손가락이 아파서 자제하기로 했다. 핸드폰도 카톡이나 문자 정도나 적당하지 짧은 블로그 글 정..

비가 올 듯한 어느 나른한 오후

이 시간까지는 보통 햇살이 남아있던 듯한데 오늘은 어둑어둑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잠깐 외출할 때 빗방울이 조금 떨어졌던 것 같다. 그때도 구름이 가득해서 돌아오기 전에 비가 쏟아지지 않을까 하고 살짝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여름이라고 습기에 나른해진다. 조용히 음악을 틀어 놓고 묵직한 타자기형 키보드를 꺼낸다. 휴대폰을 거치하고 하얀 화면을 바라보며 무슨 글자를 칠까 살짝 고민을 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문장을 시작한다. 이 시간까지는 보통 햇살이 남아있던 듯한데 오늘은 어둑어둑하다. 냉장고에서 커피를 하나 꺼내왔다. 커피를 마시기 늦은 시간일까 싶지만 술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뚜껑을 열었다. '조지아 크래프트 콜드브루 블랙'이라고 쓰여 있다. 유통기한은 6개월 넘게 남았지만 언제 구입한 ..

키보드 테스트

새 키보드를 보면, 혹은 전자 마트에서 진열용 키보드를 보면 쳐 보는 문장이 있다. 어떻게 해서 이런 문장을 늘 치게 된 건지는 모른다. 무슨 사연이 들어 있는 건지, 무의식중에 항상 가진 생각인 건지. 내가 모르니 아무도 모르리라 생각된다. 병인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것 때문에 상담받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으니.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 있다면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죄책감에 시달리지도, 행동하기 전에 망설이지도 않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용서든 뭐든 완전하지 않다.

애플 키보드

집에서는 보통 크라우드 펀딩으로 구입한 타자기형 키보드를 사용한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이나 핸드폰이나 책상 앞에 앉으면 연결해서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노트북 키보드도 잘 사용하지 않게 되는 실정이다. 반면, 밖에서는 보통 그냥 핸드폰을 들고 엄지 손가락으로 썼는데, 아무래도 불편해서 키보드를 찾아 보았다. 불편하다는 것이, 가끔 엄지손가락 뿌리쪽이 신경이 당기는 듯 뻐근하거나 아프거나 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오타일 것이다. 아무리 조심해서 작성한다 해도 정신없이 칠 수 있는 수준이 절대로 안 된다. 한 줄이 전혀 오타 없이 쓰인 적이 없는데, 핸드폰에서의 한 줄이라면 컴퓨터 화면에서는 반도 안 되는 길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엘지에서 나온 롤리 키보드를 사용했었다. 거치대..

dynalist

한가한 휴일 오후, 문득 책상 구석에 있는 타자기 모양의 키보드를 의자 가까이 당기고 아이패드를 세운다. 굳이 다른 도구도 상관이 없지만 메모장을 열어 첫 문장을 쓴다. '오늘은 정말로 한가한 오후이다.' 원래 이런 것은, 누가 읽어도 평가할 일도, 슬퍼할 일도 없는 그냥 평범한 문장이기 때문에 블로그에 적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어차피 쓰고 바로 지울 것을 로그인까지 해서 쓰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뭔가를 머릿속에서 실타래를 당겨서 풀어내듯이 꺼내 놓는 것이 목적이지 내려놓은 것을 다시 보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다쟁이들이 모여서 하는 그 수많은 말들이 모두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듯이, 뭔가를 쓰고 싶다는 느낌이 그 뭔가보다 중요하게 여겨질 때면 대화하는 심정으로 글자로 풀어내기만 한다면 그 이..

죽음(베르나르 베르베르)

한동안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무엇보다 유튜브의 영향이 컸다. 그리고 케이블을 통해서도 간단하게 영화 채널 구독만 하면 최신 영화를 포함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반복해서 볼 수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반드시 자극적인 영화를 찾아다닌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마음에 들었던 영화만 반복해서 보기도 하고, 괜찮은 공연 영상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럼에도 뭔가가 부족하다거나 비어 있는 느낌은 그닥 받지 못했었다. 지금 돌아보면 책을 읽지 않는 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 수첩에 글도 쓰지 않기 시작했고 더 신기한 건 내 생활에서 글이라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0에 가까웠음에도 아예 인지 자체를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용산역에 가게 되면 영풍문고에서 돌아보기는 했지만 심각하지는 않았다. 소설 중 화제가 되는 책..

글쓰기 도구

얼마 전 도쿄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더 이상 효자종목이 아니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여러 나라에서 크게 비싼 전용 장비가 드는 것이 아니라서 도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종주국이라고 해서 더이상 메달밭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저변이 확대되는 것의 반사효과라고나 할까. 사실, 메달을 많이 따지 못한다고 해서 서운할 것은 없고, 각 종목의 각 선수들이 메달을 보고 도전을 하기에 심판은 공정해야 한다는 정도 외에는 메달의 수를 세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기 때문에 그 말에 십분 공감한다. 글쓰기는 어떨까? 책을 읽는 것은 책을 읽을 도구가 많이 늘어났고, 어느 정도 이상만 되면 서점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책이라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