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p.L의 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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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상자/에세이

좋은 생각이 났다.

RupL 2021. 9. 5. 22:11

수첩과 블로그와 dynalist와 에버노트와 원노트와 원드라이브를 이용한 워드 파일과...

글쓰기 도구는 사용하려면 끝이 없다. 그 중에 내가 자주 사용하는 것은

 

  • 옛날부터 들고 다니면서 단상을 적던 수첩
  • 조금 길어질 것 같은 생각을 적는 블로그
  • 책을 읽으면서 다시 읽고 싶은 구절들을 옮겨놓는 노트와 dynalist
  • 중간에 이런저런 시도를 했던 에버노트와 원노트

이다.

이 중에서 고민을 하던 것이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경쟁이 아닌 병립이었다. 수첩은 간혹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싶어 사용하기도 하고, 키보드를 꺼내기 힘든 곳에서 얼른 생각을 적고 싶을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핸드폰으로 적어도 되지만 글이 길어지면 엄지손가락이 아파서 자제하기로 했다. 핸드폰도 카톡이나 문자 정도나 적당하지 짧은 블로그 글 정도만 되어도 키보드를 꺼내야 한다. 책 구절을 적는 노트는 고등학교 때부터 썼지만 지금은 모두 dynalist로 옮긴 상태이다. 하지만 굳이 dynalist를 접속해서 읽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클릭을 했을 때 수정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 마치 종결되지 않은 글 같아서 꺼려진다. 문서 파일에 글을 저장하지 않는 이유도 똑같다. 한글 파일이나 워드 파일 모두 편집기로 열면 언제든지 편집할 수 있어서 '작성된 상태'라는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이다. 그 때문에 더더욱 종이 문서에 집착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은 다 출력하기로 했다. A6로 출력해서 펀치로 구멍을 뚫어 옛날에 사다 놓고 사용하지 않은 프랭클린 플래너에 꽂기로 했다. 플래너 자체는 가죽 재질이 갈리지기 시작해서 버렸고, 과년도 종이를 꽂도록 되어 있는 두꺼운 철을 사용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양이 얼마 되지 않겠지만 곧 양이 많아지면 점점 유용하리라 본다. 

출력을 하고 나서 지우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다만 물리적으로도 존재하는 실체가 된다는 점이 다르다. 파일에서 위치를 찾을 필요 없이 모든 글자가 항상 화면에 떠 있는 상태라고나 할까. 

이런 생각을 5~6년 고민하면서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점이 경이롭다. 언제나 생각은 경험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내 고민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했다면 단번에 해결책이라고 권했을지도 모를 간단하고 무식한 방법인데 선택지를 정해 놓고 그 안에서만 선택하려 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멍청했다고 자책하거나 이제까지 하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나는 아주 조금씩 발전할 뿐인 것이다. 그래도 발전은, 한다. 나는 매일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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