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p.L의 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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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상자/에세이

애플 키보드

RupL 2021. 9. 5. 16:37

집에서는 보통 크라우드 펀딩으로 구입한 타자기형 키보드를 사용한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이나 핸드폰이나 책상 앞에 앉으면 연결해서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노트북 키보드도 잘 사용하지 않게 되는 실정이다.
반면, 밖에서는 보통 그냥 핸드폰을 들고 엄지 손가락으로 썼는데, 아무래도 불편해서 키보드를 찾아 보았다. 불편하다는 것이, 가끔 엄지손가락 뿌리쪽이 신경이 당기는 듯 뻐근하거나 아프거나 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오타일 것이다. 아무리 조심해서 작성한다 해도 정신없이 칠 수 있는 수준이 절대로 안 된다. 한 줄이 전혀 오타 없이 쓰인 적이 없는데, 핸드폰에서의 한 줄이라면 컴퓨터 화면에서는 반도 안 되는 길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엘지에서 나온 롤리 키보드를 사용했었다. 거치대도 있고 가방에 넣을때는 돌돌 말듯이 접어서 넣으니 밖에 나갈 때는 꽤나 좋았는데 어느 날부터 페어링도 되는데 연결만 되지 않는 상태가 반복되어 결국 버렸다. 어차피 디스플레이 하던 제품을 헐값에 처분한 것을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미련 같은 것은 남지 않았다. 어차피 오래 전 아이패드를 구입할 때 사다놓고 쓰지 않던 애플 무선 키보드가 있어서 대신 꺼냈다. 건전지 넣는 곳을 제외하고는 얇고 길어서 가방에 넣기에는 롤리 키보드와 별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금세 꺼내서 쓰고 집어넣기에는 접히지 않는다는 점이 많이 불편해서 두세 번 들고 다니다 말았었다.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니 휴대용 기계식 키보드가 나오기에 읽어보니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접히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기계식이다 보니 카페 등 조용한 곳에서는 시선이 집중되고 심지어 눈총까지 받을 수 있겠다 싶은 점에서 그럴 바에는 그냥 다시 애플 키보드를 꺼내기로 하였다. 기계식 키보드는 이미 타자기 모양으로 집에서 사용할 것이 있기도 했고.
키보드를 치면 화면에 글자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러라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자면 뭔가, 저절로 타탁 타닥 소리를 내며 불꽃을 위로 올리는 꺼져 가는 모닥불을 보는 느낌이 든다. 이것이야말로 힐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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