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p.L의 글상자

'느낌을 공유하기 위한 작품으로서의 글쓰기'의 가치를 지향합니다.

생각상자/에세이

글쓰기 도구

RupL 2021. 9. 4. 14:28

얼마 전 도쿄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더 이상 효자종목이 아니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여러 나라에서 크게 비싼 전용 장비가 드는 것이 아니라서 도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종주국이라고 해서 더이상 메달밭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저변이 확대되는 것의 반사효과라고나 할까. 사실, 메달을 많이 따지 못한다고 해서 서운할 것은 없고, 각 종목의 각 선수들이 메달을 보고 도전을 하기에 심판은 공정해야 한다는 정도 외에는 메달의 수를 세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기 때문에 그 말에 십분 공감한다.

글쓰기는 어떨까? 책을 읽는 것은 책을 읽을 도구가 많이 늘어났고, 어느 정도 이상만 되면 서점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책이라는 것 자체를 접할 기회가 시간으로든 공간상으로든 필요하다는 점에서 글에 대한 내용은 언제나 핵심을 향해 간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도 많이 써보고 많이 고쳐 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얼른 적는 데에는 수첩만한 것이 없지만 내용이 길어지거나 하게 되면 자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블로그도 그렇게 해서 열게 되었고, 한글 파일이라던가 워드 파일이라던가, 원드라이브 등 여러가지 도구를 사용해 보았지만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양쪽이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부분이 있어서인데, 수첩에 적은 것은 나중에 어디에 적었는지, 언제 적은 것인지 찾는 일이 녹록치 않다. 그리고 쓸 때에도 보통 만년필을 쓰는 편인데, 수첩만 챙기고 잉크를 챙기지 않았을 때 주위의 볼펜으로 얼른 적고 나면 나중에 그 글만 튀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번 쓴 것은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무리해서 수정을 할 바에는 언제언제 적은 글에 이러이러하게 적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렇게 쓰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고 다른 날 쓰는 편이다. 그럼에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생각보다 시간도 금방 가는 편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싶은 경우도 여러 번이다. 

반면, 워드 파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 언제나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종결이라는 것이 없다. 그리고 읽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으면 다시 읽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텍스트 문서로 남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한 편 한 편을 각각 파일 하나로 남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랬다가는 죽을 때까지 다시는 열어보지 않는 글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종결이라는 나름의 모양도 갖추면서, 자판을 사용하고, 글자로 가지런한 것을 찾다보니, 블로그와 함께 에버노트가 눈에 들어왔다. 에버노트는 오래 전에 잠깐 쓰다 만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써본 적이 있어서인가 결국 다시 켜보게 되었다. 개인적인 글을 비공개 설정을 했다 하더라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꺼림칙해서였다. 오랜만에 들어와 보니 뭔가가 바뀌긴 바뀌었다. 어느 정도 사용자의 입장을 생각해 주면서도 보다 수익성을 챙기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본다. 에버노트 후기도 아니고 예전보다 더 잘 쓸 생각도 없기에 더 자세히 생각해 보지 않겠지만 무엇보다 사용할 수 있는 기기 수 제한은 아쉽기는 하다. 

앞으로 이 푼돈으로 마련한 도구들-에버노트, 블로그, 수첩-로 생각을 더 잘 표현하고, 내 과거의 생각 안에 퐁당 빠져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만의 휴양지가 어떤 모양이 될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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