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p.L의 글상자

'느낌을 공유하기 위한 작품으로서의 글쓰기'의 가치를 지향합니다.

생각상자/에세이

전자책 리더로 글쓰기

RupL 2024. 4. 17. 17:58

전자책(BOOX)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을 보고 옆에서 많이 놀랐다. 단순히 안드로이드 기계일 뿐인데 각종 앱 설치가 되기 때문에 전자책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리디북스와 바꾸어 쓰기로 한 지 일 년이 넘었는데, 사실 그녀가 사용한 기간은 그 전에 더 길었겠지만, 그 동안 이 기계를 책을 읽는 용도 외에는 상상도 해보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책보다 내 글이 훨씬 작기 때문에 메모리는 물론이고 파일 시스템 역시 앱 내부에 저장되는 거라면 문제가 없다. 다른 앱에서도 열어볼 수 있는 확장자를 사용하는 앱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처럼 용량이 커서 너무 느려서 사용하기 힘들 것이지만, 단순히 자체 확장자가 있는 퓨어라이터 같은 경우는 메모장과 마찬가지로 가볍기도 하고 아까도 말했지만 몇 백 페이지가 되는 책들에다 복제방지 코드까지 입힌 전자책에 비하면 용량도 훨씬 작은 편이다. 거기다 나는 주기적으로 컴퓨터에 백업을 하고 삭제해 버리기 때문에 사용하는 용량은 앱 자체의 용량을 포함하더라도 10메가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배터리 소모와 잔상 가운데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를 보통 전자책 용도가 표준이라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업데이트만 해야 해서 표준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지저분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 기계를 처음 사용하게 된 전자책 용도에서 두드러지는데, 책을 넘길 때 잔상이 많이 남아서 마치 갱지로 된 옛날 책을 읽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현재 페이지와 잔상은 충분히 잔상에 방해되지 않고 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선명한 구분이 되고, 또 전자책은 몇 페이지에 한번씩 전체 리프레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기계를 가지고 글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은 키보드를 연결할 수 있다면, 노트북, 스마트 텔레비전, 전자책, 핸드폰 등 모든 것을 허브로 연결해서 언제 어디서든 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작성해서 저장하고 싶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한 가지 인터페이스만을 내 머리와 연결해서 그것을 켜고 키보드 앞에 앉으면 글이 쉬지 않고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핸드폰으로도, 노트북으로도 글이 써지지 않을 때, 그 앞에 앉으면 슬럼프가 언제 왔었느냐는 듯이 다시 글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꿈의 기계일 것이다. 슬럼프를 물리치는 작업을 도와주는 기계라니, 그건 글을 쓰는 사람 뿐 아니라, 작곡가든 연설을 준비하는 사람이든 약간이라도 창작이라는 항목이 필수 요소에 들어 있는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기계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슬럼프의 끝은 그래서 언제나 '극복'이라는 말로 묘사가 된다. 

 

오닉스 북스와 바꾼 기계는 리디 리더이다. 리디 리더는 리디에서 다운받은 책을 읽는 용도밖에 되지 않지만, 범용 전자책 리더는 안드로이드 앱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자유롭다. 

'생각상자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쓰기는 습관이다.  (0) 2024.04.17
작은 책방  (0) 2024.04.17
블로그를 하는 이유  (2) 2024.04.17
서재를 만들었다.  (0) 2021.09.11
무선 키보드  (0) 2021.09.10